←크로니클

의학의 새로운 감각

의학의 역사 대부분 동안, 환자를 보려면 같은 방에 있어야 했다.

Chroneme / 크로니클

Artemis II 발사를 지켜보다가 의학에 관한 단순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우주에는 의사가 없다.

임무가 여섯 달째에 접어들면 가장 가까운 병원은 25만 마일 밖에 있다. 그래서 승무원은 센서를 몸에 달고, 지상 팀은 그들의 건강 상태를 쉬지 않고 읽는다. 무엇이 달라지든, 달라지는 그 순간 누군가 알아본다.

우주비행사에게 이런 인프라가 있는 것은 만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 없이는 장기 임무를 버텨 낼 수 없다. 나머지 의학은 이런 것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임상 진료는 환자가 의사를 찾아오고, 의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살필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다. 질병이 대부분 진행되는 진료와 진료 사이의 시간은 늘 보이지 않았다.

의학은 늘 순간을 다루는 데 능했다. 결정이 진료실에서 내려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한 자리가 거기뿐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 곁에 1년씩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의료는 스스로를 진료라는 단위로 압축했고, 그 짧은 만남을 의미 있게 만드는 데 아주 능숙해졌다. 의학이 존재해 온 내내 진료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병은 시간 속에서 생긴다

암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몇 년 동안 자란다. 연로한 부모의 인지 기능 변화는 워낙 느려서, 자녀들은 명절마다 만날 때에야 알아차린다. 운전자의 피로는 몇 주에 걸쳐 쌓인다. 이런 변화는 늘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시간과 거리를 넘어 그것을 알아챌 구조가 없었기에 아무도 읽지 못했다.

정보는 늘 거기 있었다. 알아챌 구조가 없었을 뿐이다.

몇 가지가 달라졌다

센서가 병원을 벗어나 손목과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의 연속 데이터를 몇 년 치씩 저장하는 비용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됐다. 여러 신호의 추세를 대규모로 읽어 내는 수학도 연구실을 넘어 실제 서비스에 쓸 수 있을 만큼 무르익었다.

시간과 거리를 넘어 의학이 손을 뻗을 수 있느냐는 이제 마침내 현실의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더하는 감각

다가오는 것은 의학이 세상을 알아차리는 또 하나의 통로이지, 무언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진료실의 임상의는 앞으로 나올 어떤 기술보다 여전히 중요하다. 판단, 곁에 있어 주는 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무엇으로도 복제되지 않는다. 새로운 점은 이제 의학이 시간을 가로질러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 임무에서 골밀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읽어 내는 지능은, 일차 진료 차트에서 크레아티닌이 조금씩 오르는 것도 읽어 낸다. 환경은 달라도 하는 일은 같다.

같은 구조, 다른 현장

일차 진료 의사가 15분 진료를 앞두고 환자 차트를 연다. 3년, 네 곳의 의료기관에 걸친 추세가 이미 한데 정리되어 있다. 조금씩 오른 크레아티닌, 최근 여섯 번의 진료 동안 서서히 올라간 혈압, 18개월 전 당뇨병 전단계로 넘어간 A1c가 한눈에 들어온다. 환자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물어야 할 질문이 정리되어 있다.

같은 구조는 다른 곳에서도 통한다. 임무 12주째, 항공우주의학 전문의(flight surgeon)가 심혈관계의 변화를 제때 알아채 운동 프로토콜을 조정한다. 장거리 운전자에게 쌓이는 피로가 사고로 번지기 며칠 전에 신호로 드러난다. 혼자 사는 연로한 부모의 느린 변화도, 곁에서 지켜볼 사람이 없을 때조차 마침내 누군가 살피게 된다.

이를 위한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다.

병원에서 시작했다

Chroneme은 시간에 걸쳐 건강을 읽는 계층이다. 우리가 임상 현장에서 출발한 것은 데이터가 가장 촘촘하고, 결과가 가장 분명하게 측정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환자실을 시작으로 사전 등록한 프로토콜에 따라 검증하고 있으며, 결과를 공개할 것이다.

Chroneme은 시계열 임상 신호를 읽으려고 만들었다. 임상 AI는 대부분 언어 모델 위에 세워져 있다.

병원은 시험대일 뿐, 같은 구조는 병원 밖으로 훨씬 멀리 뻗어 나간다. ICU에서 느린 변화를 읽는 것과 똑같이, 여섯 달 동안 길 위에 있는 운전자의 피로, 한 시즌 동안 운동선수에게 쌓이는 손상, 한 번의 임무 동안 우주비행사의 심혈관 신호를 읽는다. 데이터를 읽는 쪽은 현장이 바뀌어도 그대로다. 바뀌는 것은 센서와 측정 주기다.

NASA는 수십 년 동안 안에서부터 그 토대를 다져 왔다. 생체우주공학(bioastronautics) 연구, ISS 승무원 건강 모니터링, 그리고 지금의 Artemis 프로그램이 그렇다. SpaceX, Axiom Space, Blue Origin은 승무원 건강 관리를 상업 우주비행으로 넓히고 있다. DARPA와 USSOCOM은 특수작전 요원과 조종사를 위해 같은 작업을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문제에 다른 방향에서 다가간다. 시간에 걸친 임상 추세를 읽는 결정론적 엔진을 만들고, 데이터가 가장 촘촘한 병원에서 먼저 검증하는 것이다.

함께할 일은 분명히 있다. 장기 임무, 원격 작전, 차세대 물류, 의학이 쉽게 닿지 못하는 곳의 모성 건강, 살던 집에서 나이 들어 가는 노년, 그리고 진료만이 의학이 환자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던 모든 영역에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과.

마침내 풀리기 시작한 한계

의학의 역사 대부분 동안, 환자를 본다는 것은 그 환자와 한 방에 있다는 뜻이었다. 거리와 시간은 의학이 할 수 있는 일에 걸린 물리적 한계였다. 의료는 의사가 자리할 수 있는 순간들을 중심으로 짜였다. 존재하는 순간이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한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센서와 연속 데이터 덕분에 의학은 예전에는 없던, 시간과 거리를 넘는 손길을 얻고 있다. 진료와 진료 사이에 일어나는 변화, 아무도 곁에서 지켜보지 못했던 병의 느린 진행을, 이제는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그곳에서 끊김 없이 읽어 낼 수 있다.

우리가 이것을 만드는 것은 우주비행사가 누리는 것을 나머지 우리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